콘클라베의 뒷이야기

콘클라베

 


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함에 따라 9일간의 애도 기간을 갖고,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는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진행합니다. 

콘클라베의 의미와 진행과정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, 이번에는 그동안의 콘클라베 뒷이야기와 특별한 관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.


콘클라베 일화와 특별한 관습


🔳역대 주요 콘클라베 뒷이야기

1) 1958년 콘클라베 – 요한 23세 선출

  • 당시 콘클라베에서는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추기경들 사이에 상당한 긴장감이 있었습니다.

  • 안젤로 론칼리 추기경은 ‘과도기적 인물’로 여겨졌으나, 선출 직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시어, 교회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.

  • 흥미로운 점은, 당시 론칼리 추기경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후보자 중 하나로만 여겨졌지만, 투표를 거듭할수록 중립적 인물로서 신뢰를 얻으셨다는 점입니다.

2) 1963년 콘클라베 – 바오로 6세 선출

  • 조반니 몬티니 추기경은 요한 23세의 정신을 이어갈 인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.

  • 그러나 일부 추기경들은 그의 현대화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으며, 선출 과정에서 격론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.

3) 1978년 두 번의 콘클라베

  • 요한 바오로 1세 선출 당시, 그의 겸손함과 따뜻한 인품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.

  • 그러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콘클라베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.

  • 두 번째 콘클라베에서는 비이탈리아계 후보 선출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.
   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은 신속하고 강력한 지지를 얻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 선출되셨습니다. 이는 약 450여 년 만의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 선출이었습니다.

4) 2005년 콘클라베 – 베네딕토 16세 선출

  •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최측근이었으며, 수석 교리수장으로서 강력한 보수 신학 노선을 대표했습니다.

  • 초반부터 많은 표를 얻으셨으며,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선출이 이루어졌습니다.

  •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경우, 스스로 "겸손한 일꾼"이라고 소개하시며 겸허하게 새 임무를 받아들이셨습니다.

5) 2013년 콘클라베 – 프란치스코 선출

  •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콘클라베 초기에는 강력한 선두 후보는 아니었습니다.

  • 이탈리아 출신 스콜라 추기경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었으나, 표가 분산되면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 쪽으로 지지가 모였습니다.

  •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하고 소박한 교회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.

  •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즉위 당시 "가난한 이들의 교회"를 강조하며, 간결하고 친근한 태도로 전 세계 신자들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.


🔳 콘클라베에서 사용된 특별한 관습들

(1) 어부의 반지(Ring of the Fisherman) 파괴

  • 어부의 반지란 교황이 공식 서한 등에 사용할 때 사용하는 인장 반지를 말합니다.

  •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시면, **카메를렌고(교황청 재정 책임자)**가 의식을 거행하여
    이 반지를 의도적으로 망치로 깨뜨립니다.

  • 이는 "이제 더 이상 그 교황이 명령하거나 문서를 발행할 수 없다"는 교회의 법적 단절을 상징합니다.

  • 이후 새 교황이 선출되면, 새로운 어부의 반지가 제작되어 수여됩니다.

상징적 의미: "구 교황의 시대는 끝났고, 새 시대가 열린다."


(2) Extra Omnes 선언

  • 콘클라베가 시작될 때, 시스티나 성당 안에 모인 추기경들에게
    "Extra Omnes! (모두 나가시오!)"라는 선언이 울려 퍼집니다.

  • 이 명령은 외부인(성당 관리자, 의사, 보좌 신부 등)까지 모두 퇴장시키고,
    오직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만 남게 하는 신호입니다.

  • 이 절차를 통해 완전한 고립과 자유로운 양심 투표를 보장합니다.

상징적 의미: "이제 오직 하느님 앞에서만 심사숙고하고 결정하라."


(3) 엄격한 비밀 준수 맹세

  • 콘클라베에 들어가기 전에, 모든 추기경들과 관련된 직원들은
    비밀 유지 서약을 엄숙히 맹세합니다.

  • 콘클라베에서 벌어진 논의나 투표 결과를 외부에 누설할 경우,
    자동 파문(excommunication latae sententiae)이라는 중대한 교회법적 처벌을 받습니다.

  • 이를 통해, 정치적 외압이나 개인적 이득을 배제하려는 목적을 둡니다.

상징적 의미: "교회의 일은 세상의 속된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."


(4) 투표 무효 처리 관습

  • 투표지에는 반드시 정확한 방식(특정 형식과 문구)으로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야 하며,
    불필요한 표시나 기호(예: 이니셜, 그림 등)가 있으면 무효로 처리됩니다.

  • 이는 ‘누가 누구를 투표했는지’를 추적하거나 추측할 가능성을 막기 위함입니다.

  • 따라서 모든 투표는 완전히 동일한 양식과 필체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입니다.

상징적 의미: "오직 신앙과 양심에 의한 선출이어야 한다."


(5) 교황 즉위복 – 사이즈별 준비

  • 콘클라베가 끝나기 전에, 바티칸은 **교황 즉위복(흰색 제의)**을
    S, M, L 사이즈로 미리 준비해둡니다.

  • 이는 새 교황의 체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며, 선출 직후 빠르게 새 제의를 입히기 위함입니다.

  • 또한 작은 흰색 스톨(Stola)도 준비되어, 새 교황이 발코니에 등장할 때 착용합니다.

상징적 의미: "교회의 준비는 철저하며, 누구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."


(6) 첫 교황명 정하기

  • 선출 직후, 카메를렌고가 당선자에게 묻습니다.

    • "수락하시겠습니까?" (Acceptasne electionem?)

    • "어떤 이름을 사용하시겠습니까?" (Quo nomine vis vocari?)

  • 교황은 새 이름(교황명)을 택하게 되며, 이는 보통 자신의 사목 방향이나 존경하는 성인,
    과거 교황들의 이름을 이어받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.

상징적 의미: "나는 새 사람으로서, 새로운 사명을 시작한다."


🔳 콘클라베마다 특이했던 관습 사례

콘클라베


정리

콘클라베는 단순한 투표 행위가 아니라,
오랜 전통, 신앙, 규율, 상징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엄숙한 신앙적 의식입니다.

모든 절차와 관습들은 단 하나,
"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목자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" 존재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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